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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 사이 서울회생법원에서 나온 결정 세 건이 눈에 띕니다. 8월 28일 JTBC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결정, 8월 31일 외식 프랜차이즈 놀부에 대한 보전관리명령, 그리고 9월 14일 코스닥 상장사 티에스넥스젠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 기각결정입니다. 세 사건 모두 '회생을 신청했다'는 뉴스 이후에 나온 후속 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생 신청서를 내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그 뒤 한 달 동안 법원이 무엇을 심사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오늘은 이 '개시 전 한 달'을 기업 대표의 눈높이로 풀어 보겠습니다.
놀부는 7월 31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8월 4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습니다. 신청 후 며칠 안에 나오는 이 조치들은 회사를 '동결'해 두는 장치입니다. 보전처분(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3조)은 회사 쪽을 묶습니다. 기존 채무를 갚거나 재산을 처분하거나 새로 돈을 빌리는 일을 법원 허가 없이 할 수 없게 됩니다. 포괄적 금지명령(같은 법 제45조)은 반대로 채권자 쪽을 묶습니다. 모든 회생채권자·회생담보권자가 회사 재산에 강제집행이나 가압류를 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대표 입장에서 기억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조치들은 신청과 동시에 신청해야 하며 자동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둘째, 이미 압류가 들어온 재산은 포괄적 금지명령으로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신청 시점이 늦어질수록 지킬 수 있는 재산이 줄어드는 이유입니다.
놀부 사건에서는 8월 11일 대표자심문이 열렸습니다. 재판부가 대표를 불러 회사의 자산·부채 현황, 회생을 신청하게 된 경위,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직접 묻는 절차입니다. 형식적인 자리가 아닙니다. 법원은 이 자리에서 '이 회사를 계속 살릴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의 경영진에게 회사를 맡겨도 되는지'를 가늠합니다. 매출 감소의 원인, 자금 유출 경위,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등에 대해 일관되고 근거 있는 답변을 준비해 두어야 합니다.
법원은 회생절차 개시 신청일부터 1개월 이내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같은 법 제49조). 놀부의 경우 8월 31일이 그 기한이었는데, 법원은 개시결정 대신 보전관리명령을 선택했습니다. 재판부는 "개시 요건 심리를 위해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기존 경영진보다는 중립적인 제3자가 재산을 보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전관리명령은 개시결정 전 단계에서 법원이 보전관리인을 선임해 회사의 업무수행권과 재산 관리·처분권을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넘겨받게 하는 조치입니다. 우리 회생 실무는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보는 이른바 DIP(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건에서 대표는 신청 후에도 회사를 계속 운영합니다. 보전관리명령이 나왔다는 것은 법원이 이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 신호로 읽힙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놀부는 지난해 매출 약 6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1% 줄었고 영업손실 약 87억 원, 누적 결손금 약 959억 원, 자본잠식률 82%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법원이 재무 수치만으로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며, 경영진의 신뢰성과 재산 보전 가능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9월 14일 공시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티에스넥스젠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신청(2026회합1074)을 "회생절차개시 원인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은 회사가 아니라 주주 등 신청인 36명이 낸 신청이었고, 신청 비용도 신청인들이 부담하게 됐습니다. 회생 신청은 내기만 하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급불능이나 채무초과의 우려 같은 개시 원인을 자료로 소명해야 하고, 특히 채권자나 주주가 신청하는 경우에는 회사 내부 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워 소명의 문턱이 더 높습니다.
JTBC는 6월 회생을 신청한 뒤 법원이 개시 여부 결정을 보류하고 주요 금융채권자와의 자율 구조조정 협의 기간을 부여했습니다. 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8월 28일 개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신청 직후 개시로 직행하는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채권자와의 사적 조정을 먼저 시도하는 길도 열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어느 길이 맞는지는 채권 구조와 채권자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첫째, 신청 시점입니다. 압류가 들어오기 전, 급여와 핵심 거래처 대금을 지급할 자금이 남아 있을 때 신청해야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의 실익이 있습니다. 둘째, 대표자심문에서 설명할 '스토리'입니다. 부실의 원인과 회복 가능성을 숫자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경영진의 신뢰성입니다. 신청 직전의 재산 처분이나 특정 채권자에 대한 편파 변제는 보전관리명령이나 제3자 관리인 선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회생 신청 후 한 달은 법원이 회사와 경영진을 가장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기간입니다. 같은 재무 상황이라도 어떻게 준비하고 설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반드시 도산 전문가와 상담한 뒤 신청 여부와 시점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를정은 기업회생·법인파산·회생 M&A 분야를 중심으로 자문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brj.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