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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일,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계획안을 관계인집회에서 가결한 직후 인가했습니다. 2025년 3월 4일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약 1년 6개월 만입니다. 그 사이 7월 3일에는 운영자금 확보 실패를 이유로 회생절차 폐지결정까지 나왔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2,000억 원 긴급 DIP 대출 확약과 회사의 즉시항고로 7월 21일 폐지결정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오늘은 대형 회생사건인 홈플러스 회생계획의 구조를 채권자와 기업 대표의 눈높이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인가 기한 '9월 4일'의 의미 –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은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회생절차 개시일부터 1년 이내에 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6개월 범위에서 한 번 연장할 수 있게 정하고 있습니다(법 제239조 제3항).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4일 개시결정을 받았으므로, 연장 기간까지 꽉 채운 최종 시한이 2026년 9월 4일이었습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회생절차는 폐지될 수밖에 없고, 사실상 파산으로 이어집니다. 9월 2일 관계인집회는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였던 셈입니다.
2. 조별 결의 결과
보도에 따르면 회생담보권자조는 100% 동의(가결 요건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조는 의결권 총액 약 2조 4,816억 원 중 약 1조 8,836억 원, 즉 75.9%가 동의(가결 요건 3분의 2 이상, 법 제237조)해 모든 조에서 가결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기존 주식은 전부 무상소각되어,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대주주의 지분은 소멸합니다. 회사가 회생절차를 통해 살아남더라도 주주의 권리는 채권자보다 후순위라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결과입니다.
3. 변제 구조 – 담보권자는 먼저, 일반 회생채권자는 뒤에
언론에 공개된 회생계획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선순위 신탁담보채권은 원금 전액을 변제하되, 약 10%를 2027년 2월에, 나머지를 2028년 2월에 지급합니다. 재원은 폐점 대상 37개 점포 중 자가 점포 19곳의 매각대금이 우선 투입됩니다. 후순위 신탁담보채권도 원칙적으로 2028년 2월까지 전액 현금 변제하되, 점포 매각이 지연되면 2030년 2월까지 분할 변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반면 카드채권·대여금·상거래채권·손해배상채권 등 일반 회생채권(최종 시인액 약 2조 5,819억 원)은 원금과 개시 전 이자를 인가 후 5년차부터 10년차까지, 즉 2032년부터 2037년까지 6년간 분할 변제합니다. 연도별 변제율은 2032년 7.7%에서 시작해 마지막 해인 2037년에 38.9%가 몰려 있는 이른바 '후취(後取)형' 구조입니다. 개시 후 이자는 면제됩니다. 원금 감면 없이 기한을 늦추는 방식이기는 하나, 변제 대부분이 먼 미래에 집중되어 있어 채권자로서는 실질 가치와 이행 가능성을 따져 볼 수밖에 없습니다.
4. 법원이 본 두 가지 – 청산가치 보장과 수행가능성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하려면 각 채권자에게 회사를 청산했을 때보다 불리하지 않게 변제해야 하고(청산가치 보장 원칙, 법 제243조 제1항 제4호), 계획이 실제로 수행 가능해야 합니다(같은 항 제2호). 조사위원은 이 계획에 따른 변제액이 청산가치를 웃돌고, 영업현금흐름·점포 매각·신규 자금조달을 근거로 수행가능성도 인정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회사는 남은 자가 점포 38곳의 가치를 약 2조 8,000억 원으로 평가하고, 이를 담보로 한 신규 대출로 2030년과 2037년의 대규모 변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담보권자 측의 평가와 회사 측 평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보도도 있어, 부동산 매각과 차입 여건이 이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입니다.
5. 의결권은 없지만 가장 큰 변수 – 공익채권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은 쟁점은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미지급 납품대금이었습니다. 회생절차 개시 후 발생한 상거래대금 등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회생채권보다 먼저 변제받습니다(법 제179조, 제180조). 따라서 공익채권자는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이 없지만, 일시에 변제를 요구하면 회생계획 자체가 수행 불가능해집니다. 법원이 관계인집회를 앞두고 납품업체·임직원 등 공익채권자의 분할상환 동의율을 주요하게 살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회사는 공익채권을 3년 내 100% 변제하겠다고 제안했고, 공익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분할상환 동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동의하지 않은 공익채권자는 여전히 즉시 변제를 요구할 수 있으므로, 인가 이후의 자금 운용이 계속 시험대에 오르게 됩니다.
6. 인가 후 M&A – 변경회생계획으로 열려 있는 길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를 시도했으나 인수의향서를 낸 곳이 없었고, 앞서 기업형 슈퍼마켓 사업부(홈플러스 익스프레스)만 별도로 매각했습니다. 회생계획에는 향후 M&A가 성사되면 영업양수도 대금 등으로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인가 후 사정 변경이 있으면 변경회생계획을 통해 변제 조건을 바꿀 수 있으므로(법 제282조), 인가 후 M&A는 일반 회생채권자의 변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채권자와 기업 대표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
첫째,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최장 1년 6개월)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대형 사건일수록 채권 조사, 자산 매각, 자금 조달 협상에 시간이 걸리므로 처음부터 기한을 역산해 일정을 짜야 합니다. 둘째, 회생절차 중 운영자금(DIP 금융) 확보가 실패하면 절차 자체가 폐지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의결권이 없는 공익채권자, 특히 핵심 거래처의 협조가 계획 인가의 실질적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넷째, 일반 회생채권자라면 원금 감면 여부뿐 아니라 변제 시기의 분포, 재원의 현실성, 인가 후 M&A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 의결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마무리
홈플러스 사건은 청산 위기를 넘겼지만, 정상화까지는 자산 매각, 공익채권 변제, 영업 회복, 인가 후 M&A라는 긴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회생계획의 인가는 끝이 아니라 '수행'의 시작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도산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를정은 기업회생·법인파산·회생 M&A 분야를 중심으로 자문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brj.kr)